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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현장의 안식처, '모듈러 주택'을 아시나요?


2018.11.30 14:50 by 이창희

 

“포항시 흥해 실내체육관 2층 23호. 6.6㎡(2평) 크기의 텐트가 신OO 씨의 임시 거주지다. 신씨는 1년째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15일 5.4 규모의 강진 이후 지진대피소로 지정된 이곳에는 지금도 91가구가 등록된 상태다. 주택의 50% 이하가 파손돼 수리 후 거주할 수 있는 ‘소파’ 판정을 받은 ㅎ아파트 이재민 195명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전체 등록 인원은 208명이다.” (11월20일, 시사인)

국가적인 재난·재해가 일어나면 이재민이 발생합니다. 그들에게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듣곤 하죠. 대부분 학교나 체육관, 종교 시설, 공공기관 등에 임시로 마련된 대피소입니다.

어디까지나 ‘임시’에 불과한 탓에 그곳에서의 생활은 상당한 불편합니다. 사실상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많고, 그로 인해 위생적인 부분에서도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더구나 재난·재해의 규모에 따라 복구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건물을 갑자기 짓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향후 활용에 대한 문제가 남기 때문이죠. 인구밀도가 엄청난 우리나라에서 땅을 구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요.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움직이는’ 집을 만드는 겁니다.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이를 언제든 현장으로 옮겨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기술이 가능하냐고요? 네,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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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주택.(사진: MBI Modular Construction)



┃비나 피하면 다행’… 과거의 재난구호 주거시설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쾌척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재난·재해의 공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지진·가뭄·태풍·화재 같은 자연 발생적인 것들부터 전쟁이나 테러 등 인간들이 야기한 재난도 적지 않죠.

재난·재해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는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식량과 거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런 문제에 대응해왔죠.

가장 흔하게 사용됐고 지금도 활용되고 있는 것은 컨테이너입니다.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한 오늘날에는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협소한 데다 냉난방과 환기가 불가능해 장기간 거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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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는 유사 시 임시 거처로 활용되기도 한다.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돔과 대형 텐트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뚝딱’ 만들 수 있고 비용이 적다는 이점이 있죠. 그러나 한계도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위생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에서 그렇죠. 실제로 르완다 내전 당시 유엔(UN)이 제공한 이재민 텐트촌에서는 폐렴이 창궐해 집단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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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임시주거시설.(사진: Caritas Internationalis)



이에 각국에서는 보다 견고하면서도 경제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그 결과 자연 재해가 빈번한 일본을 필두로 서구 여러 나라들이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모듈러 주택’입니다.



┃준비된 안식처, 모듈러 주택

보통 집을 지을 때는 벽돌을 사용합니다. 같은 크기의 벽돌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건물의 설계가 가능하겠죠. 모듈(module)은 그 벽돌과 같은 개념으로, 건축재에 쓰이는 기준 치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정사각형 큐브를 떠올리면 됩니다. 큐브를 이루는 27개의 작은 정사각형의 크기가 모두 같은 것처럼, 모듈러 주택 역시 동일한 크기로 방과 욕실 등을 따로 만든 뒤 조립하는 원리입니다.

그렇게 모듈러 주택은 땅 위에 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것으로, 부품의 제작과 조립, 배선, 배관, 마감, 냉난방 설비 등 주택의 90% 이상이 공장에서 완성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집이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현장으로 운반되는 겁니다. 미리 현장에 시공된 기초 위에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상하·전후·좌우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독 주택부터 다세대 주택까지 다양한 방식으로의 변용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규격이 일정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호환성이 높아져 시공이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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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지어지고 있는 모듈러 주택.(사진: InfoTel.ca)



모듈러 주택은 규격 표준화를 통해 생산 기간이 짧은 데다 디지털을 이용한 설계도 가능합니다. 5층짜리 주택을 기존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지으면 6개월가량 걸리지만 모듈러 방식으로 지을 경우 한 달 이내로 단축됩니다.

한번 만들면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추가 생산도 용이합니다. 만들 때마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지도 않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조립과 운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난·재해 현장에 적합합니다. 또한 내진 설계와 방염 처리가 필수적으로 이뤄져 지진이나 화재에도 잘 견딜 수 있습니다.



┃세계는 모듈러 열풍,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크고 작은 지진에 시달려온 일본에서는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1995년 진도 7.2의 고베 지진 당시 10만호 넘는 주택이 완파됐지만 모듈러 주택들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외부적 충격을 각각의 모듈이 분산해 감당함으로써 유연성이 높아진 덕분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개발이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이로써 현재 일본 내 모듈러 주택 비율은 전체 단독주택의 20%를 넘어섰습니다.

미국에서도 20㎡ 규모의 초소형 아파트를 만드는 모듈러 주택 프로젝트 ‘마이 마이크로 뉴욕’을 진행했습니다. 초소형 주택임에도 필요한 공간을 모두 갖추고 최대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죠.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환경 문제와 재난·재해 피해 발생 시 대안으로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영국은 25층 규모의 기숙사를 모듈러 방식으로 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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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과 희망브리지의 ‘기프트하우스’.(사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이 그것입니다.

기프트하우스는 주택 노후화가 심각해 재난위기에 처한 가정에 모듈러 주택을 영구적으로 기증하는 캠페인입니다. 2015년 18.6㎡(6평형)의 기프트하우스에 충북 음성의 재난위기가정 4가구가 입주했고, 이듬해에는 경북 청송과 전북 진안, 전남 장흥, 경기 포천의 가구들이 새 보금자리를 얻었습니다. 2017년에는 27㎡(8평형)으로 크기를 키운 기프트하우스에 강원 홍천의 재난위기가정 6가구가 새롭게 입주했습니다.

이 모듈러 주택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건축 기술이 적용돼 단열 기능이 우수하고, 외부 변형을 최소화한 주거시설로 재난위기가정의 새로운 터전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구가 모여 거주하는 ‘기프트하우스 타운’을 조성해 입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서로 도우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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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 마련된 기프트하우스 모듈러 주택.(사진: 희망브리지)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 더퍼스트미디어(http://www.thefirstmedia.net)